Aniforce Interview 대학 입시 합격생 인터뷰
2022 수시 한예종 애니메이션과 포폴 신연O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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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두렵다면 결과를 쫓고

결과가 두렵다면 과정을 쫓으세요

 

 

어떻게 해야 멋있게 운을 뗄 수 있을까 여러 차례 고민했으나, 

익숙치 않은 글이라서인지 역시 완벽한 문장은 나오질 않네요. 

이리 어설프게라도 말을 시작해봅니다.

 

우선 저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입시 경력이 짧은 것은 아닙니다. 

열 다섯 부터 학원을 전전긍긍하며 입시에 몸 담궜으니까요. 

기간이 길었다는 이유만으로 조금 뒤에 시작한 친구들보다 유난히 뛰어난 학생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고등학교 입시엔 장렬하게 실패했고, 예고를 갈 수 없어졌다는 사실엔 울며 자퇴를 선택했고요. 

17살이 된 해 3월 친구들의 입학식 소리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친구들이 증명해내는 수많은 성과들이 저에겐 없었으니까요. 

결과가 절실했던 때임에도 불구하고 저에겐 자퇴생이라는 명칭 외에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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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두 해를 바짝 입시를 달리며 얻은 건 7개의 수시 원서 중 6개의 광탈이었습니다.

 유일하게 붙었던 성북구에 위치한 한 학교는 아직도 저에겐 과분한 학교였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차라리 붙지 않았던 편이 좀 더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쭉 칸만화를 하며 보냈던 2년이 무색하게 칸만화 대학은 예비조차 광탈하고,

 유일하게 결과를 볼 수 있었던 그곳은 선생님의 권유로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준비했던 곳이 었으니까요.

 

예고입시 실기날, 한 번 그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펜을 쥐고서 5분이 넘도록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만 덜덜 떨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 저를 찾아옵니다.

 

적성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능도 없다고 여겼고요. 

그림으로 붙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거든요. 

저는 운 좋았던 결과에 감사하기로 했었습니다.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했었던 옛 학원 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날고 기는 애들은 많고 너는 천재가 아니라는 말이요. 

 

그냥 이대로 창작에 대한 애정은 저 멀리 날려보내고, 이제 꿈은 접어두고 현실에서 적당히 돈이나 벌어야겠다 싶었습니다. 

진짜로 그러려고 했었고요. 1년을 그리 보냈어요. 괴로워지는 밤에는 그냥 혼자 울며 지샜습니다.

 의미없는 미련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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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움직였었던 것들을 잊지 않고자 애니메이션을 해야했습니다.


 

학교 앞 동네는 아주 낡고 낡아서 사람이 사는 냄새가 났습니다.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들렸었어요.

 밤이 되면 낮은 빌라 곳곳에서 새어나오는 노란 조명들이 사랑스러웠고요. 그래서 미련이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저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원하고 바라는 건 분명하지만 내가 해낼 수 없을 테니까요.

2021년 새해가 들떠 다가오던 겨울, 그 동네는 전부 가루가 되었습니다. 재개발 사업이겠지요. 

그 위로 쌓이던 눈이 너무 새하얘서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들을 말 할 수 있게 해줄 학교는 한예종밖에 없었어요

살아움직였었던 것들을 잊지 않고자 애니메이션을 해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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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포스를 선택했던 건 굉장히 큰 이유는 아닙니다. 

입시의 중심지에 위치해서도 아니고, 단순히 네임벨류가 있는 학원이어서도 아니고, 

집과 멀지 않아서...는 좋았지만 이유가 되진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해내려면 그걸 믿어주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언젠가 내가 지쳐 나가떨어질 때 나를 이끌어줄 믿음이요. 애니포스는 학생을 믿어주는 학원이었고요.

옛 실패의 기억이 자꾸만 떠오르던 올해 실기 시험과 면접에서, 덜덜 떠는 손을 붙잡고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도..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무언가를 해내려면 그걸 믿어주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애니포스는 학생을 믿어주는 학원이었고요.

 

많은 친구들이 뒤늦게 시작한 자신에 대한 질타를 날리곤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도요. 그러지 말자고 생각해도 어떻게 되지 않는게 마음이죠. 

객관적으로 봐야한다는 말 아래서 자신을 재단하게 되는 건 우리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분위기 탓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고, 과정이 엉망진창이지 않을 수 없고, 

결과가 항상 좋을 수도 없을 겁니다. 무너지지 않을 수도 없을 거고요.

 예외는 없습니다.

 어떤 자세하고 훌륭한 조언도 와닿지 않는 시기가 있고, 저도 그 시기를 아주 길게 지내왔기에 

그림에 대한 세세하고 긴 조언을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간혹 슬퍼지는 날에 읽으며

 나와 같은 시기를 공유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뭐든 이뤄낼 수 있다고 여깁니다. 

과정이 두렵다면 결과를 쫓고 결과가 두렵다면 과정을 쫓으세요.

 우리가 보내온 힘들디 힘든 하루들은 언젠가 맺을 결실을 통해서 의미가 있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노력했었다는 그 사실 자체로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내일이 어떨지, 실기는 또 어떨지, 결과는 또 어떨지... 

다른 어떤 도전들보다 가장 명확하게 결과가 나는 대학입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수많은 불안한 가능성을 딛고서서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함께 기꺼이 발디뎌 뛰어보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올해 겨울까지 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를 믿고, 너를 믿을 수 없다면 너를 믿는 나를 믿어라...